2023년 9월, 홍대입구역 3번출구에서 도보 6분. 12평 자리에 권리금 2억 받고 나간 가게의 임대차 실거래 내역서를 집어든 순간이었다. 솔직히 인수자가 그 자리에 왜 2억을 올려놓았는지,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.
단서는 단순했다. 그해 여름 3개월 동안 매주 목요일 저녁과 토요일 밤마다 그 일대를 걸었다. 인파는 분명한데 지갑이 열리는 방향이 달랐다. 맥주 한 잔 하고 바로 지하철로 빠지는 쪽으로.
계약서상 월 임대료 380만원에 관리비 70만원. 인테리어·장비 포함 투자 1.5억. 대출이자 연 6.2% 기준 월 78만원. 고정비 합산 528만원. 객단가 3.5만원이면 하루 손님 55명은 넘어야 본전치기. 12평 홍대 골목 술집에서?
요즘 마포 유흥 쪽 "투명 정찰제 가격 정보 디렉토리" 이런 것들 많잖나. 월세·권리금 나열해놓고 "합리적 가격"이라고 포장한 리스트. 근데 그 안에 손익 구조가 빠져있는 경우가 절반이다. 계약서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그 숫자 보고 "괜찮다"고 판단하는 순간, 이미 실패는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다.
살아남은 곳은 정반대 패턴이었다. 2023년 홍대에서 연말까지 문 안 연 곳 7곳을 역추적했는데, 공통점이 뚜렷하다. 계약 기간 3년 이상이거나 갱신 조건에 임대료 상한선이 명시되어 있었다. 권리금은 5천만원 미만이거나 아예 0원. 무게를 줄인 쪽이 버텼다.
폐업 쪽은 반대다.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 사이 "리뉴얼 명목"으로 계약 갱신한 곳들의 잔존율이 유독 낮았고, 그 시점에 임대료 20~30% 인상된 케이스가 다수였다. 갱신 서류에 사인할 때 이미 정해진 결말이었다.
을지로 쪽에서도 비슷한 구조를 본 적 있다. 을지로 256 3층 자리는 한때 그런 식으로 돌아갔었다. 상권 분석보다 임대차 계약 조건이 먼저라는 이야기다. 바뀌는 건 상권이고, 떠나지 않는 건 계약서 위의 숫자다.
2억 내고 들어간 자리. 14개월 만에 문 닫은 기록. 그 내역서는 아직 어딘가에 남아있다.